입사 3개월 회고
입사한 지 어느덧 3개월이 넘었다.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만 한참 했지, 막상 노트북을 열면 무슨 말부터 적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일단 지난 3개월간 가장 자주 떠올린 생각부터 적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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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task
입사하고 처음 받은 기능 개발 task가 있다. 한 줄로 들으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그 일을 끝내는 데 며칠을 헤맸다.
지금 돌이켜 보면 어렵지 않은 일처럼 느껴지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끝이 보이지 않는 작업이었다.
왜 그렇게 헤맸을까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국 하나로 모인다. 동시에 너무 많은 영역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1. 비즈니스 플로우
기능 하나를 손대려면, 그 기능이 서비스 전체 안에서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런데 나는 도메인 자체가 처음이었다.
“이 동작은 어디서, 왜, 언제 시작되는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질문 하나를 추적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도메인을 모르면 코드를 읽어도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사실을 새삼 체감했다.
2. Python
그동안 나는 주로 Java와 Spring을 다뤘다. 강타입 환경에 익숙한 머리로 Python 코드를 읽으니, 코드의 흐름이 한눈에 잡히지 않았다.
변수의 타입이 어디에서 정해지는지, 이 함수가 무엇을 반환하는지가 즉시 보이지 않았다. 언어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같은 코드를 읽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3. Message Queue
지금까지의 나는 대부분의 로직을 동기적으로 짜왔다. 그런 머리로는 “이 동작을 비동기로 바꿔주세요”라는 한 줄짜리 요청조차 막막하게 느껴졌다.
이벤트가 어디에서 발행되고, 어디에서 소비되며, 실패하면 어떻게 처리되는지. 처음에는 전체 그림 자체가 잘 그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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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이 지난 지금
솔직히 말하면, 세 영역 모두 여전히 진행 중이다.
비즈니스 플로우는 매번 새로운 영역과 마주한다. Python은 익숙해졌다고 느낀 순간, 다시 새로운 패턴 앞에서 잠시 멈춘다. Message Queue는 여전히 자신 있게 다룬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 세 영역을 메워가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코드를 직접 따라 읽고, 동료에게 묻고, 필요한 부분을 찾아 공부한다. 그중에서도 한 가지 분명히 달라진 점이 있다면, AI 도구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Claude 하나만 사용했다. 지금은 Claude에 더해 Codex와 OpenCode까지 함께 쓰고 있다. 작업의 성격에 따라 도구를 골라 쓰게 됐다.
사용량으로도 변화가 보인다. 입사 첫 달의 누적 토큰은 약 1억이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쓴 달은 18억 토큰을 넘겼고, 3개월 누적은 약 39억 토큰이다. 이 숫자가 학습 속도를 끌어올린 결과인지, 점점 더 의존하게 된 결과인지는 솔직히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그만큼 빠르게 새로운 것을 흡수해야 했고, 그 도구가 옆에 있었기에 따라갈 수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낯선 코드를 처음 마주할 때, 익숙하지 않은 패턴을 이해할 때, 새로운 개념을 빠르게 정리해야 할 때. AI는 잘 가르치는 동료가 옆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역할을 해준다.
물론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답을 검증하고, 내 언어로 다시 정리해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여전히 온전히 내 몫이다.
마치며
3개월이 지났다고 해서 적응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모르는 것이 더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 시기에 가깝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매일 조금씩 채워가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낀다.
1년 뒤의 회고에서는, “그때보다는 조금 덜 헤매고 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