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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도 위기의 '리뷰 문화',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신뢰도 위기의 '리뷰 문화',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리뷰를 전부 믿을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제품을 구매할 때, 보통 네이버 스토어에서 구매하는 편이다. 네이버 멤버십에 가입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단순히 값이 싸다고 해서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에서 구매하지는 않는다. 이유는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품의 품질뿐 아니라, 판매자의 설명이나 리뷰도 어딘가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네이버는 믿을만한가? 라고 생각해보면 모든 리뷰를 다 믿지는 않는 것 같다. 리뷰가 워낙 주관적인 의견일 뿐이라 누군가에게 5점짜리 제품이 나에게는 1점짜리 제품일 수도 있다. 그래서 좋은 리뷰와 안 좋은 리뷰를 종합적으로 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맛집을 찾을 때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정보만 가지고 판단하지 않고, 보통 카카오지도나 네이버지도를 통해 음식점을 찾는다. 둘 다 비슷하게 음식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지만, 경험상 카카오지도를 통해 간 음식점의 성공률이 더 높았던 것 같다.

이러한 경험은 나만 겪은 것은 아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맛집은 카카오로 찾는다는 말이 많다. 카카오지도의 별점이 좀 더 신뢰도가 있다는 말이다. 네이버의 별점 시스템은 2021년 10월 26일부로 폐지되었지만, 이전 데이터는 남아있는 듯하다. 네이버 별점 폐지

그렇다면 플랫폼 간 리뷰의 신뢰도에 대한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리뷰 이벤트가 가져온 딜레마: 왜 점주들은 리뷰에 목매는가?

플랫폼 간의 신뢰도 차이는 물론, 리뷰 문화 전반에 대한 의구심은 ‘리뷰 이벤트’라는 복잡한 문제에서 시작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리뷰의 진정성이다. 음식점을 방문하면 네이버 영수증 리뷰를 남기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식당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네이버에서 별점이 폐지되고 도입된 키워드 리뷰를 남기기 위해서는 실제로 방문했다는 증거로 영수증을 찍어 올려야 한다. 진짜 방문했다는 사실을 토대로 작성된 리뷰지만, 서비스를 얻기 위한 리뷰이므로 신뢰가 가지 않는게 내 생각이다.

이러한 리뷰 이벤트는 배달의 민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리뷰 이벤트에 참여하면 사이드 메뉴나 음료를 제공하는 가게가 많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진솔한 후기보다는 보상을 위한 리뷰를 작성하게 된다.

그렇다면 점주들은 왜 이렇게 리뷰를 얻으려고 하는 걸까? 점주들이 리뷰에 목메는 이유는 명확하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리뷰의 양과 질을 주요 기준으로 삼아 검색 결과나 추천 목록에서 상단에 노출시키기 때문이다. 상단 노출은 곧 고객 유치와 매출 증가로 직결된다. 많은 긍정 리뷰는 ‘사회적 증거‘가 되어 신규 고객에게 해당 점포의 서비스나 제품이 “다른 사람들도 많이 이용하고 만족했다”는 강력한 신호를 주고, 이는 곧 구매 유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보상을 받고 작성된 리뷰가 온전히 객관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벤트 참여로 인해 실제 경험보다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과장되거나 미화된 표현이 들어가지는 않을까? 이러한 ‘대가는 명시되지 않은’ 리뷰들이 쌓이면서, 결국 전체 리뷰의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칸트의 정언명령으로 본 리뷰 문화의 윤리적 문제

점주들이 리뷰 이벤트로 상단 노출을 노리고, 소비자들이 그 이득을 위해 참여하는 이러한 리뷰 문화는 단순히 ‘속고 속이는’ 상술을 넘어선다. 더 나아가, 이 현상은 근본적인 윤리적 질문을 던지게 한다. 우리는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정언명령’ 관점에서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칸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네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의 준칙(규칙)이 보편적인 법칙이 될 수 있도록 행위하라”

즉, ‘모든 사람이 내가 행동하는 준칙(규칙)에 따라 행동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허위/과장 리뷰 작성 행위를 보자. 만약 모든 사람이 리뷰 이벤트를 통해 금전적 이득을 얻기 위해, 실제 경험과 다르게 허위나 과장된 긍정 리뷰를 작성하는 준칙에 따라 행동한다면 어떨까? 모든 리뷰는 보상을 위한 거짓된 내용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리뷰의 본질적인 목적은 다른 소비자에게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인데, 모든 리뷰가 거짓이라면 리뷰는 정보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결국 리뷰 시스템 자체가 붕괴되고, ‘리뷰’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모순에 빠진다. 이는 칸트의 정언명령에 따라 비윤리적이다.

나아가, 리뷰 이벤트를 통해 허위/과장 리뷰 작성을 유도하는 사업주나 플랫폼의 행위도 비윤리적 문제가 된다. 칸트는 인간을 단순히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대해서는 안 되며, 언제나 ‘목적 그 자체’로 대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를 단순히 리뷰를 생산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시선이 담겨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선량한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므로, 칸트의 윤리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인과 역전’ 현상: 리뷰가 인기를 만드는가, 인기가 리뷰를 만드는가?

이처럼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리뷰 관행들이 만연하면서, 온라인 리뷰 시스템은 또 다른 심각한 부작용에 직면한다. ‘인과 역전’ 현상이라 부르겠다. 이는 마치 음원 차트 순위 조작 사건처럼 ‘인기가 있어서 순위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순위가 높으니 인기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 말이다. 온라인 리뷰 문화 역시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정상적인 흐름: ‘제품/서비스가 훌륭하다 → 소비자들이 만족하고 좋은 리뷰를 남긴다 → 플랫폼 상단에 노출된다 → 인기가 많아진다’

현실의 흐름 (인과 역전): ‘리뷰 작업 (인위적인 리뷰 확보) → 플랫폼 알고리즘에 의해 상단에 노출된다 → 소비자들이 ‘이 가게는 리뷰도 많고 별점도 높으니 인기가 많고 좋은 가게’라고 인식한다 → 실제 주문이 늘고, 기존의 인위적인 인기가 진짜 인기처럼 굳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심각한 문제점을 낳는다. 소비자들이 얻는 정보가 실제 제품/서비스의 질과 일치하지 않아 혼란을 겪는다. 작은 규모의 점포나 새롭게 시작하는 점포는 아무리 서비스가 좋아도 인위적으로 리뷰를 쌓은 경쟁업체에 밀려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 결국 진정한 품질 경쟁보다는 ‘리뷰 장사’가 만연하게 될 수 있다.

‘나만 손해 보는 느낌’의 딜레마: 왜 선의의 소비자는 고뇌하는가?

리뷰 이벤트와 인과 역전 현상으로 뒤틀린 이 시장 속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나만 손해 보는 느낌’,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 것인가? 칸트의 정언명령을 따르자면, 리뷰의 진정성과 신뢰도를 해치는 방식의 리뷰 이벤트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행동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적인 딜레마에 부딪힌다. ‘남들은 다 리뷰 이벤트를 통해 이득을 보는데, 나만 올바르지 못하다고 참여하지 않으면 손해 아닌가?’ 이러한 생각들이 드는 순간, 우리는 윤리적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이 감정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손해’라는 감정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는 행위는 개인의 경험 공유를 넘어 사회 전체의 ‘신뢰 자본‘을 쌓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리뷰가 왜곡되어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된다면, 결국 우리 스스로가 정보의 혼란 속에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지금 내가 단기적 이득을 보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나를 포함한 모든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것을 막는 길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사회는 신뢰를 바탕으로 작동한다. 개인이 이 신뢰 자본을 지키는 데 기여한다면, 그 결과로 모두가 더 안전하고 합리적인 소비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이는 단순한 손해가 아니라, 사회적 투자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리뷰 이벤트와 인과 역전 현상, 그리고 그 속에서 개인이 겪는 딜레마를 살펴보니, 리뷰 문화가 이토록 왜곡된 현실에 이르게 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허위 리뷰를 작성하는 소비자, 이를 유도하는 점주에게 책임을 묻기 쉽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책임은 따로 있다. 리뷰가 ‘신뢰 기반의 정보’가 아닌 ‘노출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게 만든 구조, 그리고 그 구조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주체인 플랫폼에 있다.

플랫폼은 알고리즘을 통해 어떤 정보가 사용자에게 더 많이 노출될지를 결정한다. 이 알고리즘이 리뷰 수, 별점, 키워드 빈도 등 정량적 요소에만 의존하게 되면, 점주들은 자연히 그 기준을 맞추기 위한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진정한 서비스 개선보다는 보상 이벤트, 허위 리뷰 유도 같은 방식으로 노출 경쟁에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시스템이 왜곡된 경쟁을 유도하고, 그 안에서 소비자와 점주 모두가 본질을 잃게 되는 구조야말로 지금의 리뷰 신뢰도 위기를 낳은 가장 큰 원인이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핵심은 개인의 윤리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설계자의 책임이다.

그렇다면 어떤 플랫폼이어야 할까?

이전 단락에서 지적한 것처럼, 리뷰 문화의 왜곡된 흐름을 되돌리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핵심 열쇠는 플랫폼이 쥐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도덕적 의지’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적이고 시스템적인 접근을 통해 어떻게 ‘신뢰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는 나처럼 백엔드 시스템을 다루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고민거리가 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첫째, 플랫폼은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의 관리자 역할을 시스템적으로 구현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규제나 정책을 넘어, 플랫폼을 지탱하는 알고리즘 자체가 윤리적 기준을 내재하도록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리뷰의 양적인 증가보다는 질적인 깊이, 즉 실제 경험과 관련된 상세한 피드백이나 재방문율 같은 행동 데이터가 노출 가치에 더 큰 비중을 갖도록 알고리즘을 조정해야 한다. 이는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다양한 가중치를 부여하는 백엔드 로직 설계에 달려 있다.

둘째, 소비자 권익 보호와 정보 주권 강화를 위한 기술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리뷰 이벤트로 인한 신뢰도 저하를 막기 위해 보상 리뷰는 명확하게 ‘광고’임을 표기하고, 그 리뷰의 노출 가중치를 다르게 적용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 또한, 인위적인 리뷰 조작을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어뷰징 탐지 시스템(예: 이상 감지 알고리즘, 패턴 분석)과 이를 통해 감지된 불법 행위를 실시간으로 제재하는 자동화된 로직 구현이 필수적이다. 소비자가 정보를 단순히 ‘수단’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통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셋째, 점주들이 서비스 본질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생태계를 기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인위적인 리뷰 조작이 통하지 않고 오직 진정한 품질과 고객 만족만이 상단 노출로 이어지는 시스템이라면, 점주들은 불필요한 ‘리뷰 장사’ 대신 서비스 개선에 매진할 것이다. 플랫폼은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알고리즘을 통해 이러한 건강한 경쟁을 지원하는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는 백엔드 개발자가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정성을 핵심 가치로 삼고,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할 지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플랫폼에게 단기적인 이윤 감소를 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사용자의 신뢰를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길이다. 진정한 가치는 속임수가 아닌 신뢰 위에서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플랫폼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라는 더 큰 질문으로 연결된다.

신뢰할 수 있는 리뷰,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온라인 리뷰는 단순한 정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나아가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는 중요한 요소다.

리뷰 문화의 신뢰도 문제는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문제다. 하지만 개개인의 작은 노력이 모여 시스템 개선과 맞물린다면, 우리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플랫폼은 공정한 장을 만들고, 점주들은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며, 소비자는 현명하게 정보를 판단하고 공유할 때, 우리는 비로소 신뢰할 수 있는 리뷰 문화 속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당신은 어떤 리뷰를 쓰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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