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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상반기 회고

2025 상반기 회고

2025년 상반기, 나는 여러개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기획했다.
그 중 몇몇은 끝까지 가지 못했고, 몇몇은 데모까지만 만들어졌으며, 하나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남긴 프로젝트는 거의 없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얻었다.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 나는 어떤 개발자인지.

사이드 프로젝트

1. Picktory

기간 : 2025년 1월 ~ 2월
멤버 : UI/UX 1명, Design 1명, FE 2명(도중 1명 이탈), BE 3명

학창 시절의 기억을 MBTI 검사처럼 설문조사로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키링 형태의 굿즈를 제작하여 새학기 시즌에 맞춰 배포하고자 한 프로젝트였다.

따뜻한 응답을 바탕으로 공감형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지만, 기획의 모호함, 홍보의 어려움, 그리고 멤버들의 개인 사정이 겹쳐 최초 배포 후 마무리되지 못했다.

공감 기반의 콘텐츠 제작 시, 기획 단계에서 타깃과 목적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실행 단계에서 힘을 잃는다는 것을 배웠다.
협업 시 역할 분담과 일정 조율의 중요성도 크게 느꼈고, 기술 외적인 요소가 프로젝트 성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체감했다.

2. MoaView

기간 : 2025년 3월 ~ 5월 (중단)
멤버 : 개인 프로젝트

치지직 플랫폼의 도네이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시각화하는 개인 프로젝트로, Velog의 소프트콘 뷰어쉽 제작기 시리즈를 참고해 시작했다. WebSocket 패킷을 개발자 도구로 추적해 도네이션 메시지를 수집하고, Kotlin + Coroutine을 사용해 비동기 처리 후 Redis와 PostgreSQL에 저장하는 구조로 설계했다.

프론트엔드는 v0.dev의 AI UI 생성 툴을 활용해 간단한 시각화 페이지를 빠르게 구성했다.

공식 API 없이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기술적인 시도와 동시에, 법적·윤리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여기어때 야놀자 크롤링 분쟁
사람인 잡코리아 크롤링 분쟁

풍투데이, 치즈투데이, 벤허브 같은 유사 서비스들을 보며 참고했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프로젝트로서 명확한 기준을 잡기 어려웠고 결국 법적 리스크 가능성 때문에 중단했다.

비록 프로젝트는 멈췄지만, 실시간 데이터 파이프라인 설계 전 과정을 혼자 경험하며 기술적인 자신감을 얻었고, 기능 구현을 넘어 ‘서비스 제공의 책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시도였다.

3. Slidefolio

기간 : 2025년 5월
멤버 : 개인 프로젝트

토스 Simplicity 기술 포스트를 보고 영감을 받아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다.
예전 직장에서 받았던 인상 깊은 이력서 중 하나가 영상 포트폴리오를 포함하고 있었고, 시간이 지나도 그 영상이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정적인 포트폴리오보다 콘텐츠처럼 흐르는 소개가 더 오래 기억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해 Slidefolio를 기획했다.

Slidefolio는 슬라이드처럼 자동 재생되며, AI 음성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동적 포트폴리오 데모다. 데모는 React 기반으로 직접 구현했으며, AI 음성은 ElevenLabs API를 활용해 생성했다.

초기 목적은 나만의 포트폴리오 도구였지만, SaaS 형태로 확장해 다른 개발자들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걸 한때 고민했다.
그러나 에디터 구현, 사용자 저장/관리 시스템까지 고려하자 현실적인 부담이 커졌고, 현재는 데모 단계에서 보류 중이다.

스타트업에서는 비타민보다 진통제를 팔아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귀찮음’이라는 작고 현실적인 불편에서 출발한 기획이 얼마나 강력한 추진력을 가질 수 있는지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기술 구현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어떻게 전달할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사용자에게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될지까지 고민하면서 단순한 개발을 넘어 서비스와 사용자 경험 전체를 설계해보는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4. Watery

기간 : 2025년 6월 ~ 진행 중
멤버 : 기획 1명, UI/UX 1명, FE 2명, BE 2명

Watery는 수분 섭취를 도와주는 모바일 앱으로, 가치크루 1기 활동을 통해 팀원들과 함께 기획하고 개발 중인 협업 프로젝트다. 현재 기획은 대부분 마무리되었고, 본격적으로 앱 개발 단계에 진입했다.

앱 개발은 나에게 처음인 도전이다. 웹과는 달리 상태 관리, 생명주기, UX 흐름 등 여러 구조가 낯설게 느껴졌고, 새롭게 공부해야 할 개념이 많았다. 기술적인 도전뿐 아니라 협업에서도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팀원 중 일부는 협업 경험이 거의 없었기에 업무를 어떻게 나누고, 어떤 방식으로 공유할지부터 함께 고민해야 했다.

특히 어려웠던 점은 서로의 작업에 피드백을 줄 때의 심리적 거리감이었다. “이건 이렇게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말이 상대방에겐 간섭처럼 느껴질까 봐 조심스럽고, 반대로 지나치게 신중한 나머지 꼭 필요한 의견을 미뤄두게 되는 순간들도 있었다. 단순히 코드를 나누는 것을 넘어서, 신뢰를 기반으로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혼자보다 ‘함께’가 더 어렵지만, 결국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감각을 매일 조금씩 체득하고 있다. 협업은 단순히 업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일하는 기술을 익히는 과정임을 깨닫는 중이다.

공부

상반기에는 여러 가지 공부를 병행했다. 가장 의미 있었던 건 『자바 코딩 인터뷰 완벽 가이드』 스터디였다.
혼자 읽기엔 부담스러운 책이었지만, 스터디를 통해 꾸준히 진도를 나갈 수 있었고, 자바의 핵심 개념뿐 아니라 자료구조, 알고리즘, 인터뷰 문제 접근법 등을 정리할 수 있었다.
단순히 암기나 풀이가 아니라 ‘왜 이렇게 구현해야 하는가’라는 구조적 관점을 많이 익힐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혼자서 집중해서 본 책은 『이펙티브 자바』였다. 한 번쯤 읽었어야 할 책인데, 실제로 적용해본 적은 거의 없었다. 이번에는 프로젝트 중간중간 참고하면서 읽으니 훨씬 실용적으로 다가왔다. 습관적으로 써왔던 안티패턴들의 문제점에 대해 알려주고, 어떻게 작성해야 좋은 코드인지 알아가는게 재밌다.

그 외에 강의로 시도했던 학습들도 있었다. AI Agent, AWS 자격증, 자바 고급 강의를 구매했지만, 모두 중간에 흐지부지되었다. 시간이 없었던 것도 있지만(사실 핑계다. 내가 제일 잘안다.), 꾸준히 챙겨보지 못한 건 결국 우선순위가 밀렸다는 의미라는 걸 인정하게 된다. 특히 AWS 자격증은 이왕 시작한 만큼 하반기에는 꼭 끝내고 싶다.

전체적으로는 ‘완성보다는 연결’의 시간이었다. 지금 당장은 전부 다 끝내지 못했지만, 어떤 분야를 계속 공부하고 싶은지, 무엇을 더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과 방향을 잡은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취준

처음엔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솔직히 빠르게 결과가 나올 줄 알았다.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200개 가까운 이력서를 넣은 것 같다. “얼마나 넣었는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가도, 그래도 “그동안 나 나름 열심히 했어”를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증거 같아서 괜히 숫자에 의지하게 된다.

당장 다음 주에도 면접이 잡혀 있다. 물론 최선을 다하겠지만, 지치는 건 어쩔 수 없다. 거절 메일 하나에 하루가 무너지고, 아무 연락도 없는 날엔 스스로가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계속 만들어졌고, 기술 공부도 쉬지 않았다. 이전보다 더 깊이 설계할 수 있고, 더 넓게 고민하게 되었다. 면접에서 떨어졌던 질문을 계기로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기도 했다.

요즘은 1인 개발도 조금씩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AI의 발전 덕분에 예전보다 훨씬 많은 일을 혼자 해낼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꼭 회사에 속하지 않더라도, 내가 만들고 싶은 걸 구현하고, 사용자와 직접 만나볼 수 있는 환경이 점점 가까워진다.

지금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회사에서 일하는 개발자도 아니고, 혼자 무언가를 만들어 수익을 내는 사람도 아니지만, 언젠가는 어느 쪽이든 내가 원한 방식으로 일하고 있을 거란 믿음은 있다.

독서

게임을 하지 않게 된 이후로 자연스럽게 책을 더 많이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시간을 때우는 용도였지만, 점점 책은 생각을 정리하고 확장하는 수단이 되었다. 책을 읽으며 감명깊은 구절이나, 내 생각을 기록하고 있다. 책기록 특히 철학 책을 자주 찾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지금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라는 막연한 질문에 답을 찾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 재밌다. 굿플레이스 작가의 생각을 재밌게 풀어 쓴 책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 다양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쉽게 설명해주는 책
『철학자와 오리너구리』 : 철학을 농담으로 풀어쓴 책

알랭 드 보통의 책들도 인상 깊었다. 철학을 한 스푼 넣은 소설 또는 에세이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사랑일까』 : 사랑에 빠지고 사랑이 끝나는 과정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네가 너라서 사랑했고, 네가 너라서 헤어진다
『현대사회 생존법』 : 친구한테 선물받은 책. 제목 그대로 현대사회 생존법이다. 유익하다.

『앨저넌에게 꽃을』 : 지식의 승강기를 타며 겪은 한 남자의 인생이야기
『모순』 : 친구한테 빌려본 책. 작가는 천천히 읽어달라고 당부했지만, 너무 재밌어서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중간 중간 마음에 드는 문장들이 많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실용서도 꾸준히 읽었다.
『성과를 내고 싶으면 실행하라』 : 성과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회사, 팀, 개인의 입장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모두 거짓말을 한다』 : 빅데이터의 힘. 구글의 검색기록과 SNS를 디지털 자백약, 허풍약으로 표현한게 인상깊었다.
『자바/스프링 개발자를 위한 실용주의 프로그래밍』 : 강사님의 추천으로 읽은 책. 스프링 전문가가 아닌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기술에 능숙해지기 보다는 개발 본질에 더 접근할 수 있도록

하반기 계획

하반기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취업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가장 중요한 건 성장이고, 그 성장을 위해 지금은 취업이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1인 개발에도 큰 관심이 있고, 최근 AI 툴의 발전 덕분에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아직은 실무 경험이 부족하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선은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배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에 앞서, 가치크루 1기에서 진행 중인 Watery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해 명확한 결과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계획이다. 단순히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니라, 팀과 함께 기획하고 부딪치며 고민한 흔적이 담긴 프로젝트로 완성하고 싶다.

또한 7월 안으로 AWS Certified Solutions Architect – Associate 자격증을 취득할 계획이다. 취업이든 1인 개발이든, AWS에 대한 깊은 이해는 분명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혼자서도, 팀과 함께여도, 기술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어떻게 일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개발자로 성장할 것인가’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는 하반기를 만들고 싶다.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