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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부검

퇴사 부검

Intro

나는 2022년 7월 27일,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 입사했다. 그리고 2024년 11월 13일, 퇴사를 결심했다. 입사 당시에는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고 시작했고, 그때 적었던 글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입사 당시의 취업 후기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나는 그 과정에서 성장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앞으로 더 크고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택하기로 했다. 이 글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정리한 퇴사 부검이다.

넷플릭스의 퇴사 부검 메일

넷플릭스에는 퇴사 부검 메일이라는 문화가 있다. 떠나는 직원이 퇴사 당일 동료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한 메일을 보내는 것이다. 나 역시 이 형식을 빌려 2년간의 여정을 정리하며 퇴사 부검을 작성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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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떠나는가

처음 입사했을 때, 회사에서 경험한 모든 것이 나에게 성장의 자양분이 되었다. 다른 사람이 작성한 코드를 읽고 이해하는 것부터, 개발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타 부서와의 협업까지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에 무엇이든 배우고 익히려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어느새 내 자신이 성장했다고 느꼈다.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점점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결국 불만이 쌓여갔다. 환경을 바꾸기 위해 나름의 시도를 했지만, 내가 바꿀 수 있는 영역은 아니었다.

“인간은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지 않으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 회사의 환경을 바꾸고 싶어 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더 이상 지배당하기 싫어 새로운 길을 선택하려 한다.

회사에서 배운 것들

회사는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1. 코딩에 대한 태도
    다른 개발자들의 코드를 보면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내게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깨달았다. 특히 코딩의 매력은 “오답은 있어도 정답은 없다” 는 점이었다. 나는 한동안 “되면 그만이지” 라는 생각으로 코드를 작성했지만, 서비스 런칭 후 유지보수를 경험하며 과거의 나를 원망했다. 코드는 유연성이 없었고,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형태였다. 이후, 유지보수가 쉬운 코드와 협업에 유리한 코드를 작성하는 법을 시행착오를 통해 배웠다. 이 경험은 단순히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값진 자산이다.

  2. AWS를 활용한 인프라 경험
    AWS 자원을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경험은 나에게 큰 자산이었다. EC2, RDS, DocumentDB, S3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뿐만 아니라 ElasticCache, ElasticBeanstalk, ECS, ECR, AWS Chatbot, AWS SES, AWS EFS 등을 직접 사용하고 유지보수하면서 실질적인 경험을 쌓았다. 특히 CloudWatch로 로그를 분석하는 노하우는 실무 경험이 아니었다면 얻기 힘들었을 것이다.

  3. 커뮤니케이션 스킬
    개발 외적인 측면에서도 가장 크게 배운 점은 커뮤니케이션이다. 개발자들 간의 협업뿐만 아니라 기획팀, ML팀, QA팀과의 협업을 통해 지식을 전달하는 법, 정보를 명확히 공유하는 법을 배웠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쉽게 설명하고 상대방의 이해를 돕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체감했다.

회사에 대한 아쉬움

회사는 많은 배움을 주었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있었다.

  1. 개발 문화
    스타트업답게 속도가 최우선이었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명확한 기능 정의서 없이 개발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테스트와 유지보수를 어렵게 만들었다. 시간에 쫓겨 개발하다 보니 업무 공유가 원활하지 않았고, 이는 담당자의 부재 시 큰 어려움으로 돌아왔다. 개발자 간에도 “어떻게든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는 태도를 가진 분들이 있어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있었다.

  2. 회사의 비전
    국가 프로젝트에서 탈락한 이후 임원진의 행보에서 비전을 느끼기 어려웠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모든 자원을 올인하다 보니 실패 시 대안이 없었다. 기존 서비스는 사실상 방치되었고, CS 문의는 계속 쌓여만 갔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했지만, 임원진의 반응은 소극적이었다.

앞으로의 계획

퇴사 후 가장 우선 순위는 이직이다. 이력서를 작성하고 여러 회사에 지원 중이지만, 서류 탈락이 이어지며 부족한 점을 느끼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포트폴리오를 보강할 계획이다. 또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강의를 듣고 꾸준히 공부할 예정이다.

Outro

현재 개발자 취업 시장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퇴사하는 것이 누군가에겐 무모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더 나은 성장과 변화를 위해,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이 글이 퇴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